도종환 시인의 <고두미 마을에서>에 인용된 <가형기일>의 원문을 인용해놓는다. 단재 시 가운데 가장 사적이고 인간적인 비애감이 드러난 시라고 생각한다.

아버님 남기신 아들 우리 두 사람, 
기구한 20년 쓴맛 단맛 다 겪었다.
귀래리 마을 삼칸 집
욱리하 냇가에 봄이 오면 꽃 피고
비바람 불면 상에 누워 옛이야기 같이 하고
서가에 책 쌓였으니 가난한들 걱정이었을까
누가 알았으리, 이 밤 머나먼 곳 객이 되어
하늘 가 혼자 앉아 눈물 적실 줄을.

도종환 시인의 시에는 제6구가 "가난 걱정 없었는데"라고 번역되어 있으나, 실제 이 구절의 뜻은 "가난함을 근심하지 않는다"이다. 즉, 가난하지 않다는 말이 아닌데 번역된 말로 잘못 읽어질 수 있어서 분명하도록 조금 고쳤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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